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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신당의/기도생활

서울 도심 속 사찰, 길상사 그리고 법정스님

by 진홍 2024.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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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서울은 강남보다 강북에 부자들이 많이 거주했다.

 

1975년 10월 강남구청 개청식이 열리고 있다. [매경DB]


70년대 논밭이었던 강남 부지개발을 위해

유명 명문 학교를 강남으로 이동 시켜 거주 밀도를 높인다.

 

1970년 압구정 모습

 

그만큼 강북 중에서 성북구 지역은

부귀영화를 누리던 이들이 있는, 대표적인 동네로

명문가 탄생이 줄줄이 이어진 명당으로 손꼽혔다.

 


여전히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바로 길상사다.

익히 들어본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이 사찰은 <김영한>이라는 여자가 기부한 장소다.


김영한은 가난으로 어쩔 수 없이 조혼을 한다.

그리고 금방 사별을 한다.

 

 

그녀가 16살 때,

조선권법에서 궁중아악과 가무를 가르친

금하 하규일 아래 들어가

진향이라는 이름의 기생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의 길상사 자리를 사들여

청암장이라는 한식당을 운영한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대원각으로 탈바꾸고

3대 요정으로 불릴만큼 성공한다.

 


1970-80년대,
군사정권 시절은 '요정 정치'라고 불릴 만큼

요정이란 공간은 큰 영향력을 가졌었다.

 

3대 요정 중 하나였던 대원각은

고위급 인사들과 재벌들의 비밀회동 장소로

자주 이용되었던 곳이다.

또한 나라에서는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대원각과 같은 요정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기생관광의 무대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유흥음식점으로 지정 되면서

지방세 감면 등의 특별한 세금 혜택과

통금 금지 해제 등 특례를 받았다.

이로써 김영한은 부귀영화를 누린다.

 

가운데 백석시인 / 오른쪽 김영한(자야/진향)

 


이곳 길상사는

백석 시인과 법정 스님이 거주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김영한은 백석 시인과 연인 관계였다고 한다.

문학인 사이에서는 정확한 근거는 없다고 하지만,

김영한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여져

김영한의 영전사진이 있는 극락전 앞에

백석 시인의 시가 새겨져 있다.

 


김영한은 화려한 삶 속에 살았지만,

사회시선에서 기생이란 이유로 명예와는 멀었다.

 

말년에 들어서,

법정스님 <무소유> 읽고 감명을 느끼게 되고

길상사의 탄생 유래가 시작된다.

* * *

1987년, 김영한은 법정스님에게

요정 터 7,000여 평과 40여 채의 건물을 시주하고

절을 세워달라며 간청한다.

당시 시세로 1000억 이상 가치였다.

이때 법정 스님은 사양했다고 한다.

 


김영한의 긴 간청 끝에

결국 법정스님은 받아들여 준다.

김영한은 백석 시인에 대한 마음을 담아

길상사라고 지어 달라고 한다.

그리고

법명 길상화(吉祥華)을 받는다.

 

이곳에는 김영한의 영전이 있다.


1999년, 김영한이 죽기 전,

화장하여 길상사 터에 뿌려달라고 유언을 남긴다.

화장된 유골은 사찰 뒷편에 뿌려지고

그녀를 기리는 공덕비가 세워진다.

2010년, 법정스님도 길상사에서 타계하신다.
스님이 처음 출가한 사찰

송광사의 옛 이름이 길상사라고 한다.

출가한 사찰과 동일한 이름을 가진 사찰에서 타계하신 것.

신비로운 인연법이다.


길상사 내부 끝에는 진영각이 있는데,

법정스님의 영정과 유품 등을 전시되어 있다.

* * *

1997년 길상사 개원법회날 참석하신 김수환 추기경님과 법정 스님


1997년, 길상사가 세워지고 개원법회 날,

김수환 추기경님이 개원 축사를 하시며

불교와 천주교의 뜻깊은 날이 된다.

 

2005년 5월 15일 길상사 <길상 음악회>에 참석하신 김수환 추기경님과 법정 스님

 


2005년 5월 15일 부처님 오신 날

김수환 추기경님과 수녀님들이 초대 된다.

 

이날 행사 중

<길상 음악회> 통해

개신교 가수 임형주씨가

바빌로프의 <아베 마리아>를,

이해인 수녀님은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하는 시 낭송을,

그리고 가수 김수철씨는

<황천길>을 연주하였다.

 

불교와 천주교, 개신교

세 종교의 만남장이 열린 날이다.

 


길상사 입구에 들어가면

천주교 신자 최종태 교수의 수작 관세음 보살상과

기독교(개신교) 신자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이

기증한 7층 석탑이 있다.

 

 

이 곳은

아름다운 종교 화합 공간으로

아름답다.

가을에는 꽃무릇이 신비롭게 피어나

사진작가들에게 유명하다.

 

이곳에 처음 기도 갔을 때

사시(오전 10시경) 기도 시간이었다.

스님들께서 다같이 염불을 하시고 계셨는데

절로 감탄이 나왔던 곳이다.

서울 도심 속 조용한 사색의 시간,

사찰 여행으로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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